대문 작은 글씨

천사야

1/29/2015

유럽 여행 5일 - 체르마트 - 하이킹 힘들어 (마터호른 / 수네가 전망대 / 하이킹)

141215 - Zermatt


체르마트
인구 6000명의 아주 작은 휴양도시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이루는 몬테로사 산괴의 북쪽 비탈면,
해발고도 1620m 지점에 위치해 마터호른이나 몬테로사까지
승강기와 등산철도가 통한다. 도시가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독일어를 사용하는 고지 휴양지로써, 샤모니 등과 함께
알프스 등산 및 스키의 중심지로 알려져있다고한다.

체르마트의 스키장은 세계 3대 스키장으로 각종 국제 스키대회가 열리는 곳이므로
국내에서 스키 꽤나 탄다고 자부심을 가진 분들은 알리라 믿는다.
(나는 스키를 타보기만 했지 스키어들이 말하는 타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몰랐다)


가이드북에 체르마트는 해외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특히 아시안들이 찾지 않는)
스위스인들이 대부분인 관광지라고 소개한다.
별 3개 만점에 별 3개짜리 관광 포인트 역시 굉장히 많이 나와있다.

나의 테마 또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이 많지 않은 관광지를 택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고 어디까지나 혼자 자아성찰을 하려는 마음에 체르마트를 택하게 된 것인데.

물론 인터라켄, 루체른만큼 아시안들과 한국인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마을이 너무 너무 작다.. 작아서 관광은 반나절이면 충분..
스키를 타러 오는 목적이 아니고선 백점은 못줄것같다.



------------------------------------------ 체르마트행 열차 -----------------------------------------

체르마트는 제네바에서 3시간 30분정도 걸린다.
무조건 Visp 에서 한번 환승을 해 종착역인 Zermatt 로 갈 수 있는 경로이다.
제네바를 지나오는동안 Lausanne (로잔), Montreux (몽트뢰)
그리고 Chillon (시옹) 을 지나 Visp (비스프) 에 도착하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쁘다고 극찬하던 로잔, 의외의 행복을 찾으려면 가라던 시옹
모두 열차를 타고 지나쳐만가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멀리 시옹성도 보인다. 두시간만이라도 좀 보고 갈걸 하는 마음이다.




원래는 Visp 에 내려 마을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갈까 했는데
내리자마자 반대편에 체르마트행 빨간 철도가 나를 기다리고있길래
점심은 포기하고 얼른 올라탔다.
체르마트로 이동중 경유한 기억나지 않는 작은 역

가이드북에는 나와있지 않은 정보가 있다.
책에는 산행, 하이킹 하면 너무 인터라켄의 융프라우요흐에대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언급이 되어있어 이 부분은 캐치를 못한듯 하다.
(혹시 언급되어있다면 나의 실수)
Visp 에서 Zermatt 까지 가는 열차 역시 등산철도이다.
역에 내려 빨간 열차로 환승하려고 하는데 역무원 아저씨께서 90CHF 왕복이라고..
유레일패스를 보여드리자 유레일패스가 있으면 디스카운트해서 79CHF 왕복...
생각지도 못한 큰 지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위스에서 괜찮은 도미토리가 하루 40CHF 정도인데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의
기차표를 왕복 80CHF 에 구입한다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여행자가 없을 것이다.
비스프에서 체르마트까지 운행하는 산악열차 (=등산열차) 는 마터호른 고타르도 열차로써
(Matterhorn Gotthard Bahn) 정확히 체르마트까지만 운행이되고
체르마트에서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나 수네가 전망대까지 향할 경우,
체르마트에서 별도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비용을 지불하고 탑승해야한다.

체르마트행 고타르도 산악열차에 탑승했다.

이대로 쭉 가게되면 체르마트

나도 다른이들처럼 운치있게 찍고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비스프에서 체르마트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마을들이다
St. Niklaus 에서 Tasch 사이의 풍경
이 도로는 Tasch 까지만 연결되어있고 체르마트까지는 도로가 연결되어있지 않다.
체르마트로의 길목은 오로지 철도로만 연결되어있다.
이유인 즉슨 자동차 공해를 막기위해 일반 자동차의 접근을 아예 금하였다고..
밑에 나올 체르마트 사진을 보면 자동차가
모두 자체제작의 타요버스처럼 귀엽게생긴 전기자동차뿐이다.



체르마트 전 역 테쉬 (Tasch) 역 / 반대편에 내려가는 빨간 등산열차가 보인다
등산열차 역시 1등석, 2등석으로 나뉘어져있다.
1등석인줄 모르고 계속 앉아있다가 역무원 아저씨가 2등석으로 무브하라고 해서 옮겼다.
1등석은 물론 자리도 넓고 천정이 유리로 되어있어 머리가 참 맑아지는 느낌이다. 


거의 도착해간다


사진에서 나왔듯 도착할때는 겨울이지만 푸른 빛도 띄고 참 이뻤다.
마을을 떠날 때에는 눈이 참 많이 와 정말 이뻤다.
자연 경관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도시이다.


우리 숙소 Hotel Bahnhof. 이름은 Hotel 이지만 도미토리이다.
숙소는 정말 정말 깨끗하다. 사람이 건물에 3명밖에 없어 정말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숙소는 역에서 30초거리에, 시내중심부인 반호프거리와는 3분거리도 되지 않았다
정말 대만족

보너스. 숙소 마당에서 찍은 사진


반 호프 거리의 시작 / 왼쪽으로 가면 쿠프시티가 있다


---------------------- 반 호프 거리 / 전망 포인트 / 시가지 구경 ----------------------


역에 내려 숙소에 짐을 놓고 일단 거리로 나섰다.
인터라켄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융프라우요흐 등산철도를
저렴한 70CHF 에 탈 수 있는 초콜릿을 판다는 정보에
체르마트 Coop City 에 들려 사갈 속셈이었다.
(인터라켄 Coop City 에는 판매가 완료되어 초콜릿이 없다는 정보가 있었음)
체르마트 Coop City 에 들르니 한국인 5명이 이미 초콜릿을 찾고 있었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초콜릿을 어떻게 찾겠어
그냥 점원 한명 붙잡고 물어봤다.
Jungfrau Chocolate 뭐 어쩌구 막 하니깐 잘 모르겠다고한다
자꾸 독일어로 뭐라고 하는데 영어를 못한다는것같다
초콜릿 판매대를 모두 뒤져 드디어 저 반대편에 있는 주인공을 찾아냈는데
그곳엔 융프라우 티켓 대신, 스위스 전국 스키 패스 티켓만이 달려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한번 융프라우에 대한 기분이 상했다.
나는 융프라우를 올라가지 않았다. 융프라우 이야기는 인터라켄편에서 풀어놓겠다.
쿠프 시티를 나와 아무것도 없는 반호프거리를 돌아 전망포인트에 다다랐다.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의 배경인 마터호른
융프라우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야 얼굴을 보이는 마터호른이다.
전망포인트에 닿으면 기다란 강과 함께 머리카락 한올 한올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사진에선 잘보이지만 이날 날이 흐려 육안으로는 굉장히 어둡게 보였다.
약간의 보정을 더한 사진.

전망포인트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 수네가 전망대로 오르는
케이블카 탑승장을 찾아 돌아다녔다.
목적지를 두고 일직선으로 가장 빠른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두고 구불구불 한바퀴도 돌고 빙 둘러가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여행 이동 방법이다. 바쁘면 나도 일직선으로 갈 줄 안다.

이제 나오는 사진들은 체르마트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찍은 사진이다.
이제부터 절대 보정에는 손도 대지 않은 사진들이다.
사진 한번 찍어본적 없는 내가 찍었지만 정말 이쁘게 나왔다.
체르마트는 피사체가 너무 이뻐 찍기만 하면 사진작가가 되는 것 같다.









시가지 중심부던 외곽이던 50%가 숙박업소 건물, 30%가 레스토랑과 편의시설
그리고 나머지 20%가 현지인과 인포메이션센터 등의 공공시설같다.
참! 시내 중앙에는 아이스링크였는지 아이스하키장이었는지 기억나지않는데
하여튼 아이스링크가 있다.


---------------------- 수네가 전망대와 하이킹의 시작 ----------------------

시내를 돌고 돌아 수네가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 승강장을 찾았다.
요상한 열차같이 생긴 한칸짜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니 도착했다고한다.
조금이라도 더 아껴보자는 생각에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대신 수네가를 택했고
나는 수네가전망대에 발을 내린 후 그 선택이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 저기 사방이 모두 스키어들..
운동화에 하이킹하러 온사람은 나뿐..
앞의 커피샵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즐기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는데
테라스에도 나뿐..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
수네가 전망대라고 해서 전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고 그냥 아무곳에서나 스키어들을 피해서 서있을 수 있는 곳이 곧
전!망!대! 였던것..

사진을 참 많이 찍었는데 마터호른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 수네가 전망대에서

이왕 올라온김에 내려갈땐 하이킹을 해 내려가자는 생각에
올라올때 표도 왕복이 아닌 편도로 끊었으나..
하이킹 코스는 스키어들과 같이 사용하는 스키 코스를
스키 없이 맨발로 걸어가는 것이었고
그렇게 15분을 내려가면 하이커들을 위한 전용 하이킹 코스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하이커들이 전혀 없는 그런 곳이 관리가 잘 되어있을리는 없었고
아무리 관광대국이라고해도 나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 하필 그날 하이커들을 위한 하이킹 코스는 눈에 파묻혀 사라져있었을까?

밑으로 내려간김에 어떻게 다시 올라가냐 생각해 없는 길을 만들어 내려가고있었고
큰 호수가 보인다는 정말 이쁜 하이킹 코스 역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그냥 눈 덮힌 산을 파헤쳐 일직선으로 하이킹코스같이 생긴 곳으로 걸어가고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나는 하이킹 코스를 내가 만들어갔다)




두군데는 책과 수네가 표지판에 나온 아름다운 호수 하이킹코스 다음 코스라는데
그 아름다운 호수가 눈에 다 파묻혔는지 보이지 않아
막무가내로 또 눈 혼자 파 내려가다가 우연히 찾은
올바른 하이킹 코스이다.
Paradies 카페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눈 파내려오기 전에 어떤 전문 하이커분을 만났는데
로컬분이시라고하셨다. 저 밑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면
Lei 호수가 있다는데 나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그분에게 Lei 호수쪽으로 오셨냐고 여쭈어보니
본인은 그쪽을 통해 오지 않았다고하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각자 제 갈길을 출발했다.



파라다이스 카페를 뒤로 한참 가다가 나온 벤치가 있던 휴식 장소
이곳에서 점심을 먹지 못한 나는 제네바 쿠프시티에서 산
콘푸레이크 요거트를 먹었다.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리프트 탄 스키어들이 나를 쳐다본다.
배를 채우고 한참을 걸어가니 길이 없어
또 눈을 파내서 내려갔다.


----------------------  하이킹 中  ----------------------
그렇게 하이킹코스의 중간지점에 닿을 수 있었고 중간지점부터는 완벽한 도보가 나있었다.
겨울이라그런지 도보도 빙판이라 두번이나 미끄러져 피가 철철났다
(얼음이 자연 얼음이라 매우 날카로움)


카페 Chez Vrony / 간단한 요리도 판매한다
중간지점에는 이렇게 큰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조금 있다 가고싶었지만
수중에 돈도 없고 (워낙 비싼 스위스 물가) 이때가 15시쯤이라
길도 모르는데 해는 또 언제 떨어질지 몰라 그냥 지나쳐왔다.
다음에 들릴땐 스키타고 들려야겠다. 꼭!

셰브로니를 지나 가파른 핀델른 마을을 또 지났다
(마을이라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것같다 / 집도 7채정도가 끝)

핀델른 마을을 지나 조심조심 이동하니 이제는 흙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정말 옆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던것같다.
진이 빠지고 이 허무감이란..


체르마트 외곽이 보인다


---------------------- 하이킹 末 ----------------------

흙 길에선 제대로 하이킹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산 중간 중간에 옛 사람이 살던 것과도 같은 오두막이 한채 두채 드문 드문 있었고
굉장히 신기하고 오싹하기도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았을까?
알스프 소녀 하이디의 로망을 이렇게 더 증폭시켜준다



하이킹 코스의 끝을 알리는 핀델바흐 폭포

핀델바흐 폭포 옆 내가 올라왔던 등산철도 길

하이킹 코스를 끝마치고도 체르마트 중심부로 가려면 한참이 걸린다

통상 2 ~ 3시간이 걸린다지만 나는 하루빨리 되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1시간 30분이 걸렸다.


---------------------- 저녁 식사 ----------------------

숙소에 와서 넘어져서 더러워졌던 옷도 닦고 손도 씻고 이것 저것 준비를하다

또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내가 귀가 무지 얇은가보다) 유랑에 게시글을 올려보았다.

"지금 체르마트에 계신분.. 저녁으로 퐁듀 같이 먹어요.."

퐁듀가 2인 이상 테이블이 아니면 주문을 할 수 없다 (1인 23CHF)

샤워하고나니 댓글이 달려있어 만나 금새 친해진 동생과
맛있게 퐁듀도 먹고 알펜 마카로니도 먹었다.
(융프라우와 체르마트의 향토 요리; 베이컨을 넣은 그라탕같은 맛)
같은 숙소 옆자리까지 쓰게 되었다.
(그 동생은 저녁에 막 도착한 체르마트 새내기였다)
동생쪽이 지금까지 여행했던 이야기도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여행 선배로써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정말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한국에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정말 대단한 청년들이 많다.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이킹 이야기로 주를 이루고 온갖 비판적인
말투로만 끝맺는 글 같아 마음이 안좋긴 하지만
체르마트 여행으로
누가 또 나같은 눈을 파내려가는 진귀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누가 또 옆에서는 스키타는데 나 혼자 걸어내려가는 그 기분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ㅋ

오늘도 경험치를 10 쌓았다.

신난다 야호! 야호!




자연경관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도시. 다음에는 꼭 스키를 타러 올 것이다.
스키어들에겐 정말 최적의 도시가 아닌가 시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